"커리어는 수능처럼 '한방' 노릴 수 없어…'나이 강박' 벗고 도전하라"

입력 2024-03-10 07:30   수정 2024-03-10 08:45



“한국인들은 20대도, 30대도, 40대도 ‘나는 (무엇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어요. 그것을 조금만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기용 업젠 대표(사진)는 미국 실리콘밸리 한국인 커뮤니티의 ‘대표 멘토’다. 삼성전자 개발자로 일하다가 2000년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20여년 간 야후·유데미 등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은 그에게는 언제나 인생 상담, 커리어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한인 여성 커뮤니티 '심플스텝스'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최근 7년 간 1000명 가량을 만나 커피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해 줬다. 1000번의 멘토링 경험을 바탕으로 이달 초 <실패는 나침반이다(이오스튜디오 출판)>를 한국어로 출간했다. 그날 그날의 만남에 대해 기록해 온 내용과 자신의 인생사를 바탕으로 삶과 커리어에 관해 조언하는 책이다.

한 대표는 “한국인은 수능시험에 익숙해서 그런지 공부를 오래 해서 한 방에 커리어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를 생각하지 않고 뜨는 산업을 먼저 찾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아주 흔히 받는 질문이 ‘뭘 공부하면 좋겠느냐’는 것이라며 “선행학습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흔히 보는 패턴”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이리저리 오르내리고 쉬기도 하는 정글짐 같은 것”이라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다. “수능은 시험보는 날짜와 과목이 정해져 있지만 커리어는 그렇지 않고 정답도 없어요. 인생을 수능처럼 생각하면 현재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이동이 잦은 미국과 시작점이 중요한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다르긴 하지만, 20대에도 ‘나이가 많다’며 실패를 두려워하기만 하면 얻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100세 시대엔 70대 중반까지 일해야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40대 중반에도 30년이 남아 있다"며 "커리어는 예상보다 더 길고, 커리어 전반기 실패가 큰 상처로 남지 않는다면 마냥 실패가 아니라 내게 맞는 일과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책 제목을 '실패는 나침반이다'로 지은 배경이다.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의 커리어 시작이 늦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학제가 3월에 시작해 다른 나라보다 반년 늦는 데다, 남성은 군대를 다녀와야 하고, 불필요한 석사 등으로 취업을 미루면서 커리어 시작을 20대 후반에 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며 “자꾸 더 안전한 선택을 하려 하고, 나이를 신경쓰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일단 뛰어들어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 선호를 파악하고 커리어를 바꾸어 가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한 대표의 커리어 상담은 대부분 “완벽함을 추구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이어진다.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나다움’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전형적인 한국인으로 치열하게만 살던 그 스스로가 번아웃을 겪고 40대 초에 1년간 무작정 쉬면서 깨달은 사실이다. 그가 멘토링을 열심히 하게 된 계기도 이때의 경험을 나누면서부터다.

그는 “나는 꿈이 없는 사람이구나. 꿈이 없어도 하루 하루 재미있으면 괜찮은 거구나. 커리어 후반기에는 큰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 내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 하루, 일 주일, 일 년 등 삶을 돌이켜보는 ‘회고’의 시간을 가지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결정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젊은이들이 흔히 회삿일은 월급을 목적으로 하는 것 뿐이고 자신의 진짜 삶은 회사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선 비판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에 소위 ‘부캐’를 따로 키울 시간과 여력이 남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를 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름길 아닌 지름길이고, 결국 평판과 영향력을 키워서 커리어 후반기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평판이 있다면, 노는 시간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작년 말 다니던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를 떠났다. 지금은 상담과정에서 절실하게 느꼈던 유학생·이민자 등의 정신건강 문제 완화에 기여하기 위한 회사 ‘업젠’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오지 않은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위한 선택을 하라”고 거듭 말했다. “그래야 후회가 적고 실패나 실수를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보다 뾰족한(원하는 것에 가까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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